트럼프 대통령 취임 1주년에 연방정부 ‘셧다운’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걸고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1주년을 자축할 잔칫날이 초상집 분위기가 돼버렸다. 미국 연방정부의 임시예산안이 의회에서 부결돼 공공업무가 일부 정지되는 ‘셧다운’(shutdown)이 불거진 데다가 전국시위까지 타올랐기 때문이다. 20일 취임 1주년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과 정치권을 겨냥한 비난 목소리 속에 혼란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그는 애초 개인별장이 있는 플로리다 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취임 1주년 ‘기념 샴페인’을 터뜨리며 모금행사를 열 예정이었다. 이 계획은 그대로 취소됐다. 셧다운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3∼2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예정대로 참석할지도 불투명해졌다. ◇ 공무원 80만명 무급휴가 이날 자정을 기해 현실화한 셧다운으로 연방정부 업무는 부분적으로 멈췄다. 아직 뉴욕 자유의 여신상 등 정부 주요 시설이 폐쇄된 정도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 수십만 명의 공공부문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으면 혼란이 극대화할 수 있다. 국방, 교통, 보건 등 필수적 업무는 정상적으로 운영되지만 불요불급한 공공서비스는 모두 중단된다.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연방 공무원 최대 80만 명이 강제로 집에서 무급휴가 조치로 집에서 쉬어야 한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메모에서 "세계 곳곳에 주둔하고 있는 군의 일상적인 작전은 계속하겠지만, 활동부대의 경우 기지에서 최소한의 적응훈련만 할 것이며 예비군 훈련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군 병사들은 군대방송 중단으로 일요일에 미국프로풋볼(NFL) 경기를 볼 수 없다고 들었을 때 처음으로 셧다운을 체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 책임공방 삿대질 빈축 셧다운 사태 책임 소재를 두고서는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국민보다 정치적 이익을 우선시했다고 비난했으며, 민주당은 예산안을 거부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은 우리의 위대한 군이나 남쪽 국경의 안전 문제보다는 불법 이민자 문제에 훨씬 더 관심이 많다. 그들은 쉽게 합의를 끌어낼 수 있었지만, 대신 셧다운 정치게임을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을 합의로 이끌 준비가 됐을 때 민주당도 준비될 것”이라며 “협상의 개요는 이민과 지출 한도에 관한 것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협상 후 공화당이 수용하도록 압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미 전역 여성 시위 이날 미국 전역에서는 반 트럼프 집회 성격의 대규모 ‘여성행진’(Women's March) 행사가 열렸다. 수백만 명의 미국 시민들이 워싱턴과 시카고, 뉴욕, 라스베이거스, LA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정책을 반대하는 가두시위에 나섰다. 시위대는 이날 “소녀처럼 싸우자”, “광대를 뽑아 서커스를 보고 있다”거나 트럼프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고 탄핵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는 등의 플래카드를 들었다. 배우 겸 영화감독인 롭 레이너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시위에 동참해 “백악관에 인종주의자가 있고 성차별주의자가 있으며 우리 민주주의의 틀을 짓이기는 병적인 거짓말쟁이가 있다”고 외쳤다. [연합]